[전국]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될 때가 있다. 단열제, 슬레이트 지붕 등에 사용되며 우리 생활 속 ‘동료’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석면이 이제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적’이 됐다. 세계보건기구는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2009년부터는 국내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짧게는 15년, 길게는 40년에 이르는 긴 잠복기로 인해 한참이 지난 뒤에야 석면 관련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근로자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석면광산 또는 석면공장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비롯한 환경성석면 노출로 인한 건강피해자는 마땅한 보상과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석면피해구제법’을 제정(2011.1.1. 시행), 석면으로 인한 건강피해자 및 유족에게 구제급여를 지급하는 석면피해구제제도를 시행 중이다. 

석면피해구제제도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충북 청주로 향했다. 환경부와 환경공단은 석면피해자 상당수가 고령이거나 거동 불편 등 정보취약계층임을 고려해 피해 의심자를 직접 찾아가 안내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2011년 시작됐지만 꽤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에 대해 여전히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석면광산이 밀집돼 있어 석면 피해 우려가 있는 지역의 거주민 대부분은 정보취약계층인 고령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접 방문’의 중요성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전화, 우편, 방문 등 제도를 알리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12가구 중 사후관리 대상자를 제외하고는 이 제도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더욱이 방문 가정 중 부재 중인 가구가 많았으며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청주와 수도권 지역을 비롯한 도심 지역의 경우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과거 병력을 공개하길 꺼리거나 사생활을 보호받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은 해당사항이 없다며 대화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었다.

찾아가는 서비스를 진행 중인 정수미 과장은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악성중피종 등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면 피해 여부가 인정된 석면 피해 인정자는 석면피해구제기금에서 치료비, 요양비는 물론 매달 요양생활수당을 수령할 수 있다.”며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를 몰라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청주성모병원에서는 대전·충북 지역 호흡기 알레르기지회 소속 20여 명의 호흡기내과 의사를 대상으로 석면피해구제제도에 대한 안내가 이뤄졌다. 건강에 이상을 느낀 석면 피해 의심자가 1차적으로 찾게 되는 곳은 단연 의료기관이다. 실제로 기존에 석면 피해 구제의 혜택을 누린 인정자들 대부분이 의료진을 통해 제도를 안내받거나 병원 내 홍보 포스터, 환자들 간 대화를 통해 제도를 접했다고 한다. 의료기관이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지역학회에 방문하여 제도의 홍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충남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김주옥 교수는 “1년에 폐암 진단을 받는 환자 약 200명 중 석면 노출 의심자는 그리 많지는 않다. 폐암 진단 후 흉막 반응이 보일 때 거주력에 대한 역추적을 하는 편”이라며 “이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호흡기내과에서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의사 중에서도 호흡기내과 외에는 제도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석면피해 구제 제도에 대해 지회활동을 통해 홍보하는 것도 좋지만 석면 노출 의심 지역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정책기자 강보아(직장인) kba0426@naver.com